최악을 받아들이면 결정이 빨라진다

매출의 3할을 차지하는 거래처가 재계약을 미루고 있습니다. 담당자는 "내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대표는 두 달째 같은 자리를 돕니다. 밤에 잠이 깨면 그 거래처가 떠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돌아가고, 아침에는 "아직 결정된 건 아니다"라며 생각을 접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 거래처 발굴도, 인력 재배치도, 자금 계획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최악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이 두려워서, 최악에 대비하는 일마저 미뤄진 상태입니다.

이것은 낙관이 아닙니다. 대표가 가장 두려운 결과를 정면으로 보지 않으면 조직은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합니다. 두려움은 그대로 남고, 대비할 시간만 사라집니다.

최악을 종이에 적는 순간 크기가 정해진다

데일카네기의 자기관리 원칙 중에 걱정을 다루는 세 단계가 있습니다. 첫째,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적는다. 둘째,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정한다. 셋째, 그 최악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핵심은 두 번째입니다. 받아들이기 전까지 최악은 머릿속에서 무한히 커집니다. 적어놓고 "그래,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된다"고 정하면 크기가 확정됩니다. 위의 경우라면 최악은 "매출 30% 감소, 이익은 적자 전환, 인력 조정 필요"처럼 몇 줄로 끝납니다. 회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크기가 정해지면 머리가 비고, 그 빈자리에 "그러면 무엇부터 할까"가 들어옵니다.

최악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순간, 잃을 것이 없다는 사실이 보인다. 그때부터 모든 노력은 더하는 쪽으로만 쓰인다.

받아들이는 것은 포기가 아닙니다. 체념한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받아들인 사람은 움직입니다. 최악이 확정되어 있으니 어떤 시도도 손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영 현장에서는 이렇게

  • 최악을 한 장에 적는다. 머릿속에 두면 커지고, 종이에 적으면 계산이 됩니다. 매출·현금·인력에 숫자로 어떤 일이 생기는지 적습니다. 대부분 적어보면 "견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견딜 수 없다면 그건 걱정이 아니라 즉시 처리할 과제입니다.
  • 경영진과 공유한다. 혼자 쥐고 있는 최악은 준비로 바뀌지 않습니다. "이 거래처가 빠지는 경우를 가정하고 각자 대안을 가져오자"고 말하는 것과, 아무 말 없이 불안해 보이는 것은 조직에 전혀 다른 신호를 줍니다. 후자는 소문만 키웁니다.
  • 최악을 개선하는 행동 하나를 이번 주에 넣는다. 신규 거래처 세 곳 접촉, 고정비 항목 점검, 혹은 그 거래처 결정권자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하는 것. 결과를 바꾸지 못해도 최악의 깊이는 얕아집니다.
  • 결정에 기한을 둔다. "이달 말까지 답이 없으면 대안으로 간다"고 정해두면, 상대의 침묵이 더 이상 우리 일정을 붙잡지 못합니다.

직원을 대할 때도 같습니다. 성과가 나빠진 팀에게 "잘될 거야"라고만 말하면 아무도 준비하지 않습니다. "이 숫자가 계속되면 이런 조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분기에 우리가 할 일은 이것이다"라고 최악과 행동을 함께 말해주는 쪽이 조직을 움직입니다. 사람은 모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정해진 것은 생각보다 잘 감당합니다.

한 줄 요약

최악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걱정만 하고, 받아들인 다음부터는 준비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