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직원이 지루해할 때
입사 8년 차 과장이 한 명 있다. 실수가 없다. 마감을 놓친 적도 없고, 맡긴 일은 언제나 기대한 수준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회의에서 말이 없다. 의견을 물으면 "대표님 판단이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다. 연봉을 올려줘도, 좋은 자리에서 격려를 해도 표정이 달라지지 않는다.
대표는 보통 이 상황을 두 가지로 읽는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거나, 집안에 일이 있거나. 그래서 따로 면담을 잡고 "요즘 힘든 일 있나"를 묻는다. 돌아오는 답은 대개 "아닙니다"다. 그리고 실제로 힘든 일은 없다. 그 사람에게 없는 것은 돈도 위로도 아니다. 해볼 만한 일이 없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신호는 일 못하는 직원이 아니라 잘하는 직원에게서 먼저 나온다. 못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업무가 아직 난제다. 반면 잘하는 사람은 자기 일을 이미 다 파악했고, 다음에 무슨 일이 올지도 안다. 그 예측 가능함이 처음에는 안정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루함이 된다.
카네기가 이 파트의 마지막 자리에 놓은 원칙
데일 카네기는 사람을 설득하는 원칙들 중 맨 마지막에 "경쟁심을 자극하라"를 두었다. 앞의 원칙들이 대부분 상대를 낮추지 않고 마음을 여는 법이었다면, 이것은 반대로 상대를 끌어올리는 쪽이다.
사람은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기를 증명할 기회가 있을 때 스스로 속도를 낸다.
급여와 복지는 불만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그러나 불만이 없는 상태와 몰입한 상태는 다르다. 조건을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그것만으로 사람이 스스로 달리지는 않는다. 잘하는 사람일수록 "이 정도는 눈 감고도 한다"는 감각에 먼저 지친다. 그때 필요한 것은 보상 인상이 아니라 난이도다.
현장에서 쓰는 법
- 일을 "맡긴다"고 하지 말고 "어려운데 해보겠나"로 건넨다. 같은 업무도 지시가 아니라 난제로 제시하면 받는 사람의 자세가 달라진다. 지시받은 일에는 책임만 따라오지만, 자기가 받아든 도전에는 의지가 따라온다.
- 비교 대상은 옆 사람이 아니라 지난달의 우리 팀이다. 사람끼리 줄을 세우면 성과가 오르기 전에 협업이 먼저 깨진다. 이기고 싶은 상대를 사람이 아니라 기록으로 두어야 오래간다.
- 숫자는 보여주고 말은 줄인다. 눈에 보이는 현황판 하나가 훈시 열 마디보다 낫다. 목표만 걸어두고 방법과 판단은 본인에게 남겨둔다. 방법까지 정해주면 그것은 도전이 아니라 다시 지시가 된다.
- 결과가 나오면 공개된 자리에서 이름과 함께 돌린다. 도전에 대한 보상은 대체로 돈이 아니라 인정이다. 조용히 넘어가면 다음 도전은 받지 않는다.
다만 이 원칙은 아무 때나 꺼내는 카드가 아니다. 이미 과부하인 사람에게 던지면 "결국 일을 더 시키려는 말"로 들린다. 평가와 보상이 불투명한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은 도전을 받지 않는다. 기본이 갖춰진 다음에 써야 효과가 있다.
한 줄 요약
유능한 직원이 조용해졌다면, 대우를 점검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볼 것이 있다. 요즘 저 사람에게 해볼 만한 일을 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