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을 제기한 고객을 단골로 바꾸는 한 문장
납품이 사흘 늦었습니다. 거래처 구매팀장이 전화를 걸어 언성을 높입니다. 자기네 생산 라인이 멈췄고, 위에 뭐라고 보고해야 하느냐고 합니다. 대표님은 이미 상황을 다 알고 있습니다. 원자재 입고가 밀렸고, 그건 저쪽 사정이었고, 우리 잘못이라고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시작합니다. “저희도 자재가 안 들어와서…”
이 문장을 꺼내는 순간, 통화는 길어지고 거래는 짧아집니다.
화가 난 사람이 전화를 걸 때 원하는 것은 대개 두 가지입니다. 문제를 해결받는 것, 그리고 자기가 화낼 만했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앞의 것만 주고 뒤의 것을 건너뛰면 문제는 해결돼도 관계는 식습니다. 그리고 다음 견적 요청서는 우리에게 오지 않습니다.
먼저 줘야 할 것은 설명이 아니라 인정입니다
상대의 생각과 욕구에 공감하라.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원칙 17
카네기는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문장을 아예 하나 제시해 뒀습니다. “그렇게 느끼신 것을 조금도 탓할 수 없습니다. 제가 팀장님 자리에 있었어도 똑같이 느꼈을 겁니다.”
이 문장이 강한 이유는 사과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말도,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아닙니다. 상대의 감정이 타당하다고 말할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 쪽에 과실이 없을 때도 쓸 수 있고, 썼다고 해서 나중에 책임 범위를 따질 여지가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효과는 상대 쪽에서 먼저 나타납니다. 사람은 자기 감정을 인정받고 나면 그 감정을 더 증명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목소리를 키우고, 지난 일까지 끌어오고, 말을 반복하던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때부터 비로소 해결책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현장에서 쓰는 순서
- 감정을 먼저, 사실은 나중에. 순서를 바꾸면 효과가 없습니다. 설명을 한 문장이라도 먼저 꺼내면 그 뒤에 붙는 공감은 변명의 포장으로 들립니다.
- “하지만”을 붙이지 않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은 이해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공감 문장 뒤에는 마침표를 찍고 잠깐 멈춥니다.
- 상대가 겪은 구체적 손해를 우리 입으로 말합니다. “라인이 멈춘 이틀, 위에 보고하기 곤란하셨을 겁니다.” 상대가 아직 말하지 않은 불편까지 짚으면, 이 사람이 내 상황을 정말 보고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 그다음에 우리가 할 일을 숫자로 말합니다. 감정을 받아준 뒤의 “내일 오전까지 몇 개, 나머지는 며칠까지”는 앞에서와 전혀 다른 무게로 들립니다.
- 응대를 직원에게 맡기더라도 이 문장은 대표가 합니다.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게 가장 강한 공감은 직급으로 표현됩니다.
불만을 제기한 고객은 이미 우리와의 거래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조용히 떠나는 대신 전화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 전화는 항의가 아니라 마지막 기회에 가깝습니다.
한 줄로
화가 난 상대에게 가장 먼저 줄 것은 해명이 아니라, 화낼 만했다는 인정입니다. 오늘 걸려 오는 항의 전화에서, 설명을 꺼내기 전에 이 한 문장을 먼저 놓아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