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경영 승계, 대화가 막히는 지점
창업 30년 된 제조업체. 대표는 2년 전 자녀를 상무로 들였다. 지분 정리와 세무 검토는 외부 전문가가 붙어 일정대로 가고 있다. 막힌 것은 두 사람의 대화다. 임원회의에서는 서로 예의를 지키는데, 단둘이 남으면 10분을 못 넘긴다. 상무가 설비 교체안을 꺼내면 대표는 "현장이 그걸 어떻게 받을지 아느냐"고 되묻고 대화는 거기서 끝난다. 대표는 자녀가 숫자만 본다고 생각하고, 상무는 대표가 결론을 정해놓고 묻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하는 걱정은 같다. 이 회사가 잘못될까 봐.
승계에서 가장 늦게 다뤄지는 것이 이 대화다. 지분과 세금에는 담당자와 기한이 붙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납득시킬지는 아무도 설계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류 절차가 다 끝난 뒤에도 조직은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남는다.
의견이 갈리는 게 아니라, 지키려는 것이 다르다
카네기가 사람을 설득하는 법에서 거듭 말한 것은 상대의 관점에서 보라는 것이다. 상대가 왜 저렇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내면 설득할 거리가 생기고, 모르면 같은 말을 더 크게 반복하게 된다.
이 원칙을 승계 대화에 옮기면 이렇게 된다. 대표가 지키려는 것은 대개 사람과 신용이다. 30년간 거래처와 직원에게 쌓아온 것이고, 장부에는 한 줄도 적혀 있지 않다. 후계자가 지키려는 것은 앞으로의 10년이다. 지금 구조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고, 이것 역시 지금 장부에는 보이지 않는다. 서로의 근거가 상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각자 "저 사람은 중요한 걸 모른다"로 결론을 내린다. 그 상태에서 안건을 열 번 설명해도 대화는 같은 지점에서 멈춘다.
승계 대화가 막히는 곳은 거의 언제나 '무엇을 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잃을까'다. 상대가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는지 모르면 어떤 설명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쓰는 법
- 안건을 꺼내기 전에, 이 일로 상대가 무엇을 잃는다고 보는지 먼저 묻는다. 그 답을 들으면 같은 안건을 다른 문장으로 설명하게 된다.
- 반대할 때 이유를 사람이 아니라 사안에 둔다. "경험이 없다", "옛날 방식이다"가 한 번 나오면 그 뒤의 모든 논의가 세대 싸움으로 읽힌다.
- 결정 권한의 범위를 종이에 적어둔다. 어디까지는 후계자가 혼자 정하고 어디부터는 함께 정하는지. 범위가 모호하면 직원들은 그것을 권한 다툼으로 본다.
- 이견은 둘만의 자리에서 끝내고 회의에 들어간다. 직원 앞에서 두 사람의 말이 갈리면, 조직은 그것을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신호로 받는다.
- 실패해도 괜찮은 작은 영역을 먼저 넘긴다. 성과로 증명하라고 하면 후계자는 큰 건을 들고 오고, 큰 건일수록 대표는 더 못 맡긴다.
- 넘긴 뒤에 대표가 무엇을 할지를 같이 정한다. 역할이 비어 있으면 이미 넘긴 결정에 계속 손이 간다. 승계는 자리를 비우는 일이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일이다.
한 줄 요약
승계 대화가 막히는 것은 두 사람의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라, 서로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말한 적이 없어서다. 안건을 설명하기 전에, 상대가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을 먼저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