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까
영업본부장이 이번 분기 목표를 또 못 맞췄습니다. 대표님이 보기에 원인은 분명합니다. 신규 개척을 안 합니다. 기존 거래처만 돌면서 관리라고 부릅니다. 몇 번이나 “새 거래처를 뚫으라”고 말했는데 석 달째 그대로입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까.” 이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 때, 대개 그 말은 질문이 아니라 판정입니다. 이미 답을 정해 놓고 확인만 남은 상태입니다. 저 사람은 안일하다, 겁이 많다, 편한 길만 간다.
그런데 같은 문장을 진짜 질문으로 바꿔 던져 보면 다른 것이 나옵니다. 본부장 자리에서 신규 개척은 6개월 동안 숫자가 안 나오는 일입니다. 그 6개월치 부진한 실적표를 매달 들고 대표님 앞에 서야 하는 사람도 본부장입니다. 기존 거래처를 도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매달 평가받는 사람이 고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습니다.
상대의 행동에는 상대의 논리가 있습니다
상대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고 진지하게 노력하라.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원칙 16
이 원칙이 어려운 이유는 착해지라는 주문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정보 수집입니다.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합니다. 대표님이 보기에 말이 안 되는 행동이 계속 반복된다면, 그 사람이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대표님이 모르는 제약이 그 자리에 있다는 신호입니다.
대표님과 직원은 같은 회사를 봐도 보이는 것이 다릅니다. 대표님에게 3년 뒤 회사의 모습이 보이는 자리라면, 팀장에게는 이번 달 평가와 내년 인사가 먼저 보이는 자리입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표님의 지시가 그 사람의 자리에서 어떻게 들리는지를 모르면, 같은 지시를 열 번 더 해도 결과는 같습니다.
판정 대신 질문을 먼저 놓습니다
- “왜 안 하느냐” 대신 “무엇이 걸리느냐”를 묻습니다. 앞의 질문에는 변명밖에 나올 것이 없고, 뒤의 질문에는 정보가 나옵니다.
- 상대의 입장을 대표님 입으로 먼저 말해 봅니다. “6개월은 숫자가 안 나올 텐데 그동안 평가가 걱정되셨겠습니다.” 상대가 방어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부터 대화의 내용이 바뀝니다.
- 그 자리의 손익을 계산해 봅니다. 이 일을 했을 때 저 사람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적어 봅니다. 잃는 쪽이 크다면 설득이 아니라 제도를 고쳐야 할 문제입니다.
- 이해했다고 해서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신규 개척은 여전히 해야 합니다. 다만 “왜 안 하느냐”가 아니라 “6개월은 신규 건수로 평가하겠다”로 요구가 바뀝니다. 상대의 관점을 안다는 것은 요구를 접는 일이 아니라, 통하는 요구로 바꾸는 일입니다.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이 노력은 사람을 이해해 주기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상대의 자리에서 한 번 보고 나면 대표님의 지시에 빠져 있던 조건이 보입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대신 조건 하나를 바꾸는 쪽이 대개 더 빠릅니다.
한 줄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드물고, 그 사람의 사정을 모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같은 지시를 세 번째 반복하고 있다면, 네 번째로 말하기 전에 그 자리에서 이 일이 어떻게 보이는지 한 번 물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