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보고, 5분 안에 승인받기

이사회 안건 순서가 세 번째로 넘어왔습니다. 준비한 자료는 스물두 장입니다. 시장 현황부터 시작해 경쟁사 동향, 내부 진단, 세 가지 대안 비교를 거쳐 마지막 장에 "신규 설비 투자 승인 요청"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곱 번째 장쯤에서 한 이사가 묻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얼마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때부터 보고는 질문에 끌려다니고, 안건은 "다음 회의에서 다시 보자"로 넘어갑니다.

자료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듣는 사람이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십 분을 견뎌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사회는 공부하는 자리가 아니라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설득하는 말에는 순서가 있다

데일카네기는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을 움직이는 말하기를 오래 다뤄 왔습니다. 카네기가 권한 설득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먼저 듣는 사람이 직접 겪은 듯 느낄 구체적인 사례를 말하고, 그다음 무엇을 해 달라는지 분명히 요청하고, 마지막으로 그렇게 하면 상대가 무엇을 얻는지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배경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 대신, 장면 하나로 문제를 보여 주고 곧바로 요청으로 넘어갑니다.

핵심은 요청이 앞쪽에 온다는 점입니다. 듣는 사람은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알고 나서야 나머지 내용을 그 기준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결정해 달라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다.

이사회 5분 보고에 옮기면

  • 첫 1분: 장면 하나. "지난달 납기를 맞추지 못해 주요 고객사 주문 두 건을 돌려보냈습니다"처럼 이사들이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사실 하나로 시작하십시오. 시장 전망 그래프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 둘째 1분: 요청을 한 문장으로. "오늘 ○○억 원 설비 투자를 승인해 주십시오." 금액·시점·범위를 한 문장에 담습니다. 이 문장이 흐릿하면 뒤의 모든 자료가 흐려집니다.
  • 다음 2분: 승인하면 회사가 얻는 것. 담당 부서가 아니라 이사들의 관심사로 말하십시오. 매출, 위험, 회수 시점처럼 그들이 책임지는 숫자로 설명합니다.
  • 마지막 1분: 가장 먼저 나올 반대를 먼저 꺼낸다. "왜 지금이냐"는 질문이 나올 것을 안다면 스스로 답해 두십시오. 질문을 기다리면 방어가 되고, 먼저 말하면 설명이 됩니다.
  • 나머지 자료는 뒤로 보낸다. 스물두 장은 버리지 말고 부록으로 두십시오. 질문이 나오면 그때 펼치면 됩니다.

이렇게 구성하면 보고 시간은 줄어드는데 질문의 질은 올라갑니다. 이사들이 "결론이 뭡니까"가 아니라 "회수 기간은 보수적으로 잡은 겁니까"를 묻기 시작하면, 이미 결정의 단계에 들어선 것입니다.

한 줄 요약

이사회 보고는 설명이 아니라 요청이다. 장면 하나로 문제를 보여 주고, 무엇을 승인해 달라는지 일찍 말하고, 승인하면 무엇을 얻는지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