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전에 칭찬, 그다음이 중요하다
임원 면담을 앞두고 대표가 메모를 정리한다. 첫 줄은 "그동안 고생한 점 언급", 둘째 줄부터가 본론인 지적 사항 세 가지다. 면담은 메모대로 흘러간다. 고생했다는 말로 시작해서, 고쳐야 할 것 세 가지를 짚고, 잘 부탁한다는 말로 닫는다. 감정이 상하지 않고 끝난 것 같다. 그런데 그날 이후 그 임원의 보고서에서 스스로 판단한 문장이 하나씩 사라진다.
이 방식은 대부분의 경영서가 권하는 것이고, 카네기도 같은 말을 했다. 칭찬으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순서가 한 조직에서 몇 달 반복되면 받는 쪽이 먼저 학습한다는 데 있다. 대표가 칭찬을 꺼내면 곧 본론이 온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칭찬은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다. 경보음이 된다.
카네기가 말한 것은 순서가 아니었다
이 원칙의 목적은 상대가 방어 자세를 풀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방어는 칭찬의 위치가 풀어주지 않는다. 칭찬의 사실성이 풀어준다. 막연한 "요즘 잘하고 있어"는 아무것도 풀지 못한다. 반면 구체적인 칭찬은 내용이 아니라 증거로 작동한다. 내가 저 사람을 계속 보고 있었다는 증거다. 지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잘한다는 말을 들은 사람이 아니라,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칭찬이 지적의 포장지로 쓰이는 순간, 그 조직에서 칭찬은 수명을 다한다.
현장에서 쓰는 법
- 칭찬을 형용사가 아니라 사실로 말한다. "요즘 잘하고 있다"가 아니라 "지난주 납기를 이틀 앞당긴 건 창고 재고를 미리 확인해둔 덕이라고 들었다"로. 앞의 말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고, 뒤의 말은 그 사람에게만 할 수 있다.
- 지적할 일이 없는 날에도 칭찬한다. 칭찬이 면담 자리에서만 나오면 조직은 그것을 본론의 예고편으로 분류한다. 평소에 쌓아둔 사람만 필요할 때 이 원칙을 쓸 수 있다.
- 지적은 사람이 아니라 다음 행동에 붙인다.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사람에 대한 평가로 들린다. "다음 보고서에는 판단 근거 자료를 한 장 같이 붙여달라"는 요청으로 들린다. 같은 지적이지만 하나는 방어를, 하나는 실행을 부른다.
- 시간 배분을 확인한다. 칭찬 30초에 지적 20분이면 상대는 무엇이 본론인지 정확히 안다. 칭찬에 쓸 말이 30초밖에 없다면, 그건 칭찬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사실이 아닌 칭찬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상대는 대개 알아차리고, 알아차린 다음에는 그 뒤의 지적까지 전부 기술로 취급한다. 꺼낼 칭찬이 정말 없는 날이라면 칭찬을 억지로 만들지 말고 용건만 말하는 것이 낫다. 없는 칭찬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간결한 요청이 신뢰를 덜 깎는다.
한 줄 요약
칭찬으로 시작하라는 말은 대화의 순서에 관한 조언이 아니다. 지적할 일이 없는 날에도 칭찬해온 사람만 그 순서를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