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킨 일을 시킨 만큼만 하는 조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재고 관리를 수기로 하던 회사가 시스템을 들였다. 대표는 팀마다 입력 담당자를 한 명씩 지정했고, 회의에서 반대한 사람은 없었다. 석 달 뒤 데이터를 열어보니 절반이 비어 있었다. 마감 전날 몰아서 채운 흔적만 남아 있었다. 담당자들에게 물으니 대답은 한결같았다. "바빠서 못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같은 기간에 다른 일은 다 돌아가고 있었다.
지시를 거부당한 것이 아니다. 받아들여졌고, 최저치로 수행됐다. 조직에서 가장 자주 일어나는 실패는 반대가 아니라 이 미지근한 수용이다. 대표는 "지시가 전달됐는가"를 확인하지만,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일을 자기 일로 받았는가다.
복종은 최저치를, 납득은 최고치를 낸다
카네기가 리더십 원칙의 마지막에 둔 것이 이것이다. 내가 제안한 일을 상대가 기꺼이 하게 만들라. 순서상 마지막에 놓인 이유가 있다. 앞의 원칙들이 사람을 상하지 않게 하는 법이라면, 이것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법이다. 그리고 이건 말투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카네기가 든 조건들은 대체로 이렇게 요약된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알 것, 이 일을 했을 때 그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것, 그리고 그걸 지킬 수 있는 선에서만 말할 것. 마지막 조건이 특히 중요하다. 당장 움직이게 하려고 없는 보상을 암시하면, 그 한 번은 성공하고 그다음부터 모든 지시가 의심받는다.
사람은 시킨 일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시킨 만큼만 한다. 시킨 것 이상을 바란다면 지시를 더 분명히 할 게 아니라 그 일이 그 사람에게 무엇이 되는지를 만들어야 한다.
현장에서 쓰는 법
- 지시에 "왜 당신인가"를 붙인다. 아무나 해도 되는 일로 받으면 아무렇게나 한다. 그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가 한 문장으로 나오지 않으면 지시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
- 그 일을 끝냈을 때 본인에게 남는 것을 말한다. 승진이나 수당이 아니어도 된다. 권한, 먼저 알게 되는 정보, 경력에 쓸 수 있는 경험이면 충분하다. 다만 실제로 남아야 한다.
- 무엇을 할지는 대표가 정하고, 어떻게 할지는 담당자에게 남긴다. 방법까지 정해주면 그 일은 끝까지 대표의 일로 남는다.
- 하기 싫은 일이라는 걸 먼저 인정한다. 귀찮은 일을 보람 있는 일로 포장하면 사람은 속았다고 느낀다. "번거로운 일입니다"라고 말하고 시작하는 쪽이 협력을 더 얻는다.
- 지정하기 전에 물어본다. 같은 일이라도 지명당해서 하는 것과 손을 들어서 하는 것은 석 달 뒤 데이터의 질이 다르다.
- 약속한 대가는 반드시 지킨다. 한 번 어긴 약속은 그 사람 한 명이 아니라 그 일을 지켜본 조직 전체의 다음 협력을 깎는다.
한 줄 요약
지시가 전달됐는지 확인하는 데서 멈추면 최저치가 돌아온다. 그 일이 맡은 사람에게 무엇이 되는지를 함께 설계해야 시킨 것 이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