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을 때
"의견 있으신 분?" 정적이 흐릅니다. 5초쯤 기다리다 대표님이 말합니다. "그럼 이렇게 가겠습니다." 회의는 10분 만에 끝나고, 결정은 났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결정은 실행 단계에서 조용히 미끄러집니다. 회의실에서 동의한 사람과 자리로 돌아가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 유보입니다.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
상대방이 많이 이야기하게 하라.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를 설득하려 할 때 자기가 너무 많이 말한다.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원칙 7
회의에서 의견이 안 나오는 이유는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경험, 반대하면 불이익이 온다는 학습, 그리고 대표가 이미 답을 정해왔다는 눈치입니다. 셋 다 직원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특히 마지막이 결정적입니다. 대표가 안건을 설명하면서 이미 결론 쪽으로 기운 표현을 쓰면, 그 뒤의 "의견 있으신가요"는 형식이 됩니다. 다들 압니다.
순서를 바꾸면 말이 나옵니다
- 대표가 마지막에 말합니다. 가장 직급 낮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대표가 먼저 방향을 제시하면 그 뒤는 추인 절차가 됩니다.
- "의견 있나요" 대신 구체적으로 묻습니다. "이 안에서 가장 걸리는 부분 하나만 말씀해 주세요." 열린 질문은 침묵을 부르고, 좁은 질문은 답을 부릅니다.
- 반대 의견을 낸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합니다. 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한 번만 해도 다음 회의의 공기가 달라집니다.
- 5초가 아니라 15초를 기다립니다. 사람이 입을 떼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깁니다. 대표가 먼저 침묵을 깨면 그 습관이 굳어집니다.
말하게 하면 실행이 따라옵니다
카네기의 원칙이 회의에서 특히 강력한 이유는, 사람은 자기 입으로 말한 것을 지키려 한다는 데 있습니다. 대표가 정해준 계획은 대표의 것이지만, 본인이 말한 보완책은 본인의 것입니다. 실행률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줄로
회의의 목적은 결정이 아니라 실행입니다. 대표가 덜 말하고 오래 기다릴수록, 회의실을 나간 뒤에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이 늘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