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한마디 하라고 할 때

거래처 창립 기념식에 초대받아 뒷줄에 앉아 있었습니다. 식순이 거의 끝나갈 무렵 사회자가 말합니다. "오늘 귀한 걸음 해 주신 대표님께 축하 말씀 한마디 청하겠습니다." 준비한 말은 없습니다. 걸어 나가는 몇 걸음 동안 머릿속이 하얘지고, 마이크 앞에서는 "아, 네… 갑자기 말씀하시니까…"로 시작해 같은 인사말을 세 번 되풀이하다 내려옵니다. 자리로 돌아와서야 하고 싶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대표 자리에 있으면 이런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옵니다. 회식 건배사, 송년회 덕담, 회의 중 "대표님 생각은 어떠세요?", 상가에서 유족에게 건네는 몇 마디까지. 미리 알려 주는 자리는 오히려 드뭅니다.

즉석 연설은 '즉석'이 아니다

데일카네기는 즉석 연설을 타고난 말재주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카네기는 즉석에서 말하는 능력도 연습으로 기를 수 있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즉석 연설이 갑작스럽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갑자기 불려 나간 사람이 무너지는 이유는 말할 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불릴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카네기가 권한 방법은 단순합니다. 지명될 수 있는 자리에 가면 미리 '내가 말하게 된다면 무엇을 말할까'를 생각해 둡니다. 그리고 막상 말하게 되면 곧바로 구체적인 장면 하나로 들어갑니다. 일반론으로 시작하면 말이 맴돌고, 장면으로 시작하면 다음 말이 저절로 따라옵니다.

준비 없는 말은 없다. 다만 준비한 사실을 남이 모를 뿐이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쓴다

  • 들어갈 때 한 문장만 정해 둔다. 행사장이나 회의실에 들어서면서 "지금 불리면 무엇을 말할까"를 한 문장으로 정해 두십시오. 쓰지 않으면 그만이고, 쓰게 되면 그 한 문장이 버팀목이 됩니다.
  • 지금 이 자리에서 재료를 찾는다. 방금 들은 축사, 행사장 입구의 사진, 앞사람이 한 말처럼 모두가 같이 본 것을 꺼내면 듣는 사람이 바로 따라옵니다. 먼 이야기보다 눈앞의 이야기가 힘이 있습니다.
  • 첫마디를 사과로 쓰지 않는다. "준비를 못 해서…"는 듣는 사람의 기대를 스스로 낮추는 말입니다. 대신 "이 회사와 처음 거래를 시작하던 날이 생각납니다"처럼 장면으로 바로 시작하십시오.
  • 장면 하나, 의미 하나, 인사 하나. 길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억나는 일 하나를 말하고, 그것이 오늘 어떤 의미인지 한 줄 붙이고, 축하나 감사로 닫으면 1분 안에 끝납니다.
  • 평소에 소리 내어 연습한다. 출근길 차 안에서 "오늘 직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을 30초씩 말해 보십시오. 즉석 연설은 즉석에서 느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반복에서 늡니다.

대표의 즉석 한마디는 짧지만 오래 남습니다. 준비된 연설문보다 그 자리에서 나온 진심 어린 한두 문장이 사람들에게 리더의 모습을 더 정확히 보여 주기도 합니다.

한 줄 요약

즉석 연설의 비결은 즉석이 아닌 데 있다. 불릴 수 있는 자리에서는 미리 한 문장을 정해 두고, 불리면 장면 하나로 곧장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