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는 사람으로 굳어진 직원을 되돌리는 말
7년 차 관리자에게 대표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박 팀장은 꼼꼼한 쪽은 아니니까, 이번 품질 점검은 다른 팀에서 보게 하죠." 회의 자리였고, 나쁜 뜻은 없었다.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날 이후 박 팀장은 자기 서류를 한 번 더 보는 일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꼼꼼함을 기대받는 자리가 아니게 되었으니까.
대표는 사람을 평가하면서 동시에 배정한다. 누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이 곧 누구에게 무슨 일을 맡길지가 된다. 그래서 대표의 규정은 인사 기록보다 빠르게 퍼지고, 무엇보다 본인에게 먼저 도착한다. 문제는 사람이 그 규정에 맞춰 스스로를 정리한다는 데 있다. 성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불린 직원은 성실할 이유를 잃고, 실수가 잦다고 알려진 직원은 실수했을 때 숨기기 시작한다.
사람은 자기에게 붙은 이름대로 움직인다
카네기는 상대에게 지켜낼 만한 좋은 평판을 주라고 했다. 없는 장점을 있다고 우겨서 기분을 맞추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이 자기 행동을 고칠 때 필요한 것은 결함 목록이 아니라 지켜야 할 자기 상(像)이라는 뜻이다. 결함은 고칠 항목을 알려주지만 동기를 주지는 않는다. 반대로 "당신은 원래 이런 걸 놓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은, 그 말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움직인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 이름이 걸려서다.
대표가 쓸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자원이 이것이다. 돈이 들지 않고, 결재가 필요 없고, 말하는 순간 효력이 생긴다. 그런데 대개는 반대로 쓰인다. 사람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경영자의 능력이라고 배워서, 파악한 결과를 그대로 입에 올린다. "저 사람은 원래 그렇다"는 말은 관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지시다. 그렇게 있어도 된다는 허락이다.
직원을 어떤 사람으로 부르는지가, 그 직원이 어떤 사람이 될지를 정한다. 대표는 평가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배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쓰는 법
- 고쳤으면 하는 지점에 미리 이름을 붙인다. "이번엔 빠짐없이 챙겨주세요"가 아니라 "박 팀장은 마지막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사람이라 믿고 맡깁니다." 기대를 사람의 성격으로 말하면 지시보다 오래 남는다.
- 사실이 아닌 칭찬은 쓰지 않는다. 한 번도 그런 적 없는 사람에게 원래 그렇다고 말하면 빈말로 읽히고 신뢰가 깎인다. 과거에 한 번이라도 그랬던 장면을 찾아 그것을 근거로 말한다.
- 약점은 사람이 아니라 상황에 붙인다. "꼼꼼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이번 일정에서 검토 시간이 부족했다"로 말한다. 사람에 붙은 말은 안 떨어지고, 상황에 붙은 말은 바꿀 수 있다.
- 없는 자리에서 하는 말이 더 중요하다. 다른 직원에게 한 평가는 반드시 본인에게 전달된다. 뒤에서 낮춰 말해놓고 앞에서 기대를 말하면 앞의 말만 무효가 된다.
- 새로 맡길 때가 가장 좋은 시점이다. 업무를 넘기는 그 순간에 "이 일에 맞는 사람이라고 봤다"는 근거를 한 문장 붙인다. 시작할 때 받은 이름이 일하는 내내 기준이 된다.
- 경력이 오래된 사람에게도 한다. 20년 함께한 임원에게는 기대를 말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래된 사람일수록 붙은 이름이 굳어 있어 바꿀 계기가 더 필요하다.
한 줄 요약
사람의 결함을 정확히 지적하는 것보다, 지켜낼 만한 평판을 먼저 건네는 것이 빠르다. 어떻게 부르는지가 결국 어떻게 일하는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