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아니라 사실을 모은다
금요일 오후, 영업팀장이 들어와 말합니다. "그 거래처, 저쪽 담당자가 우리를 아예 내보낼 생각인 것 같습니다." 대표의 머릿속이 바빠집니다. 작년 단가 협상에서 세게 나갔던 기억이 떠오르고, 지난달 납기가 하루 밀렸던 일이 겹칩니다. 저녁까지 그 생각이 이어지고, 밤에는 거래 중단 시 매출 공백을 계산해 봅니다. 주말 내내 머리가 무겁습니다.
그런데 월요일에 확인해 보면 사정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 회사에 조직 개편이 있었고,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연락이 끊겼던 것입니다. 대표가 주말 이틀을 쓴 대상은 거래처가 아니라 자신의 상상이었습니다.
걱정의 절반은 사실이 아니라 짐작이다
데일카네기는 자기관리론에서 걱정을 다루는 첫 단계로 사실을 파악하라를 둡니다. 혼란의 대부분은 결정할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하려 들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입니다. 사실이 모이면 문제는 작아지지 않더라도 분명해집니다. 분명한 문제는 다룰 수 있습니다. 짐작은 다룰 수 없습니다.
어려운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사람은 이미 믿고 싶은 결론을 정해둔 뒤에 사실을 모으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쪽이 우리를 내보내려 한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신호만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달 짧았던 통화, 평소보다 늦은 답장, 회의에서의 표정 같은 것들이 모두 증거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카네기는 사실을 모을 때 자기 입장과 반대편을 변호하는 사람처럼 모아보라고 권합니다.
내가 틀렸다고 가정하고 자료를 모아보면, 사실과 짐작이 갈라진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쓴다
보고를 받을 때 질문을 하나만 바꾸면 됩니다.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대신 "확인된 것은 무엇입니까"로 묻습니다. 그리고 답을 두 칸으로 나눠 적게 합니다. 한 칸은 확인된 사실, 다른 칸은 추측입니다. 위 사례라면 확인된 사실은 "2주간 연락 없음, 이번 달 발주 없음" 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추측 칸으로 갑니다.
그다음은 사실을 늘리는 일입니다.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하고, 구매 부서에 발주 일정을 묻고, 상대 회사의 공시나 공개 자료를 확인합니다. 한 시간이면 끝날 일을 주말 내내 미루는 이유는 대개 하나입니다. 확인하면 나쁜 소식일 수도 있어서입니다. 그 나쁜 소식이 나쁜 상상보다 작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임원 회의에서도 같은 규칙을 둘 수 있습니다. 안건을 올릴 때 사실 칸과 추측 칸을 나눠 적게 하는 것입니다. 추측을 금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추측을 사실처럼 쓰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 한 줄의 구분이 회의 시간을 줄이고, 잘못된 결정을 줄입니다.
한 줄 요약
걱정이 커질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과 내 짐작을 갈라 적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