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첫 30초에 결정된다

거래처에서 단가를 12% 올려달라는 메일이 왔습니다. 대표님은 근거 자료를 준비해 마주 앉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첫마디가 이렇게 나갑니다. "솔직히 이 인상률은 받기 어렵습니다. 저희도 사정이 있어서요."

틀린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상대의 어깨가 올라가고, 준비해 온 자료를 꺼내 방어를 시작합니다. 한 시간 동안 두 사람은 각자의 자료를 읽어주다가 "검토해 보겠다"로 헤어집니다. 다음 만남은 더 딱딱해집니다.

첫 문장이 대화의 성격을 정합니다

우호적으로 시작하라.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원칙 13

협상은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나를 어떤 자리에 놓을지 정하는 자리입니다. 함께 문제를 푸는 사람인지, 이겨야 할 상대인지. 그 분류는 논리가 아니라 첫 몇 마디의 온도로 결정됩니다. 그리고 한 번 "상대"로 분류되면, 그 뒤에 나오는 아무리 합리적인 제안도 양보를 받아내려는 술수로 읽힙니다.

대표의 자리에서는 이 효과가 더 큽니다. 결정권자가 강하게 시작하면 상대는 그것을 통보로 받아들입니다. 통보에 대한 반응은 설득이 아니라 대비입니다.

반대로 우호적으로 시작한 자리에서는 상대가 먼저 자기 사정을 털어놓습니다. 어디까지 물러설 수 있는지, 무엇이 진짜 급한지를 상대 입으로 듣게 됩니다. 협상에서 가장 값비싼 정보는 자료에 없고 상대의 말에 있습니다. 그 말은 경계가 풀린 다음에야 나옵니다.

딱딱해지기 전에 30초를 쓰는 법

우호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양보하며 시작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요구 사항은 그대로 두고 대화의 틀만 바꾸는 일입니다.

  • 상대가 옳은 부분을 먼저 말합니다. "원자재가 오른 건 저도 봤습니다." 사실 확인 한 문장이 상대의 방어를 내려놓게 합니다.
  • 관계의 기간을 꺼냅니다. "4년 거래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꺼내신 게 처음이네요." 한 번의 거래가 아니라 계속 갈 관계라는 전제를 깔아 둡니다.
  • 공동의 문제로 문장을 만듭니다. "저도 올려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저희 납품가가 막힙니다. 이걸 같이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반대가 아니라 조건을 내놓는 말입니다.
  • 숫자는 두 번째 단계로 미룹니다. 첫 30초에 숫자를 꺼내면 대화는 흥정이 됩니다. 먼저 서로의 제약을 확인하고 숫자로 들어갑니다.
  • "어렵습니다"를 "어디까지 가능한지 보겠습니다"로 바꿉니다. 같은 뜻이지만 문을 닫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결과가 늘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못 받는 인상은 여전히 못 받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그 뒤의 선택지입니다. 단가는 지키면서 결제 조건이나 물량으로 조정하는 대안이 테이블에 올라오고,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보자는 말이 인사치레로 남지 않습니다.

한 줄로

협상의 첫 30초는 조건을 말하는 시간이 아니라, 상대를 어느 편에 놓을지 알려주는 시간입니다. 다음 협상 자리에서 준비한 자료를 꺼내기 전에 한 문장만 먼저 꺼내 보십시오. "그 이야기 꺼내신 이유는 저도 이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