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없으면 안 돌아갑니다

대표가 이틀 휴가를 냅니다. 첫날 오전부터 휴대폰이 울립니다. 견적서 금액을 이대로 보내도 되는지, 거래처가 납기를 하루 미뤄 달라는데 받아도 되는지, 신입 교육 일정을 언제로 잡을지. 하나하나는 몇 분이면 답할 일이라 대표는 답을 해 줍니다. 돌아와 보니 결재함은 그대로 쌓여 있고, 직원들은 "대표님이 안 계셔서 기다렸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대표는 생각합니다. 역시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간다고.

이 장면을 직원의 역량 문제로만 보면 해법은 사람을 바꾸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대개 이 구조는 대표가 만듭니다. 직원이 물으면 대표가 답합니다. 대표의 답이 가장 빠르고, 대체로 맞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직원은 생각하기 전에 묻는 법을 배우고, 대표는 답하는 일로 하루를 다 씁니다. 회사가 대표 한 사람의 판단 속도만큼만 움직이게 됩니다.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돌려준다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의 리더십 부분에서 직접 명령하는 대신 질문하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하세요" 대신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 방법은 어떨까요"라고 묻는 것입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게 되고, 자기가 내린 결론에는 더 책임을 지려 한다는 것이 카네기의 설명입니다. 지시는 일을 끝내 주지만, 질문은 사람이 판단하는 힘을 기르게 합니다.

대표가 없으면 안 돌아가는 회사는 대표가 모든 질문에 답해 온 회사입니다. 순서를 바꾸면 됩니다. 직원이 질문을 들고 오면 답을 내주기 전에 질문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더 걸리고 답답합니다. 직원이 내놓는 답이 대표의 답보다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그 과정을 몇 번 거치면 직원은 묻기 전에 먼저 생각해 오기 시작합니다.

대표가 답을 많이 줄수록 직원은 묻는 사람이 되고, 질문을 돌려줄수록 판단하는 사람이 된다.

이번 주에 해 볼 것

  •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를 먼저 묻는다. 답을 알고 있어도 직원의 생각을 먼저 듣습니다. 방향이 맞으면 "그렇게 하십시오"로 끝내고, 다르면 무엇을 놓쳤는지 함께 짚습니다.
  • 질문을 들고 올 때 안을 같이 가져오게 한다. "어떻게 할까요"가 아니라 "이렇게 하려는데 괜찮겠습니까"로 오도록 요청하십시오. 판단의 첫 단계를 직원에게 넘기는 일입니다.
  • 대표가 꼭 정해야 할 일만 적어 본다. 일정 금액 이상의 지출, 핵심 거래처와의 조건처럼 대표가 쥐고 있어야 할 것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나머지는 누가 정하는지 정해 두십시오.
  • 직원이 정한 일을 뒤집지 않는다. 조금 아쉬운 결정이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면 그대로 갑니다. 한 번 뒤집으면 다음부터 직원은 다시 대표에게 묻습니다.

대표 없이도 돌아가는 회사는 대표가 덜 중요한 회사가 아닙니다. 대표가 하루하루의 결재가 아니라 회사의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게 된 회사입니다.

한 줄 요약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간다고 느낀다면, 직원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먼저 물어라. 질문을 돌려주는 만큼 회사는 대표 한 사람의 속도에서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