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리더의 첫 90일
외부에서 영입된 본부장이 출근 2주째다. 전 직장에서 같은 규모의 조직을 맡아 성과를 냈고, 이 회사의 문제도 면접 때부터 눈에 보였다. 결재 단계가 너무 많고, 주간보고는 형식만 남았고, 재고 기준이 부서마다 다르다. 그래서 셋째 주에 개편안을 들고 회의에 들어갔다. 반대는 없었다. 질문도 없었다. 다들 수첩에 적고 나갔고, 한 달이 지나도 바뀐 것이 없다. 중간 간부들에게 물으면 "검토 중입니다"라는 답만 돌아온다.
새로 온 리더가 가장 자주 겪는 일이다. 진단은 대개 맞다. 틀린 것은 순서다. 조직은 무엇을 바꿀지보다 누가 바꾸라고 하는지를 먼저 본다. 그리고 부임 2주차의 리더는 아직 그 '누구'가 아니다.
사람은 자기 사정을 모르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카네기는 사람을 움직이는 첫 조건으로 상대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것을 들었다. 친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상대의 사정을 모르면 그 사람에게 통하는 말을 고를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 온 리더의 개편안이 멈추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결재 단계가 다섯 개인 데에는 몇 년 전 사고가 있었고, 부서마다 재고 기준이 다른 데에는 거래처 성격 차이가 있다. 이유가 지금도 유효한지는 따로 판단할 문제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하면 간부들에게는 자신들이 지난 몇 년간 한 일이 전부 틀렸다는 선고로 들린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반대하지 않는다. 그냥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는 설득할 수 있지만 침묵은 설득할 대상조차 보이지 않는다.
부임 직후의 리더에게 부족한 것은 권한이 아니라 사정이다.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를 아는 사람의 말에는 조직이 움직이고, 모르는 사람의 말에는 수첩만 움직인다.
현장에서 쓰는 법
- 첫 달에는 개편안을 꺼내지 않는다. 대신 실무자와 간부를 한 명씩 만나 같은 질문 세 개를 한다. 무엇이 잘 돌아가는가, 무엇이 막히는가, 내가 무엇을 해주면 되는가.
- 바꾸려는 것마다 "왜 이렇게 되어 있습니까"를 먼저 묻는다. 답이 과거의 사고나 거래처 요구라면, 그 사정을 대체할 방법을 안에 넣고 나서 안을 꺼낸다.
- 첫 변화는 사람들이 이미 불편해하던 것에서 고른다. 리더가 발견한 문제보다, 조직이 먼저 말한 문제를 푸는 쪽이 신뢰를 빨리 만든다.
- 전 직장의 방식을 그대로 이름까지 옮겨오지 않는다. 같은 제도라도 "저쪽에서 하던 것"으로 불리면 여기 사람들의 것이 되지 않는다.
- 들은 말은 바꾼 것으로 돌려준다. 면담에서 나온 지적 중 하나라도 한 달 안에 고쳐 보이면, 다음 면담에서 사람들이 진짜 이야기를 한다.
- 전임자를 평가하지 않는다. 전임자를 깎으면 그 밑에서 일한 사람 전부를 깎는 말이 된다.
- 90일째에는 방향을 문서로 내놓는다. 듣는 기간이 길어지면 이번에는 결정을 못 하는 리더로 읽힌다. 듣는 데 쓸 기간과 정하는 시점을 처음부터 말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한 줄 요약
부임 초기의 개편안이 멈추는 이유는 내용이 틀려서가 아니라, 왜 지금처럼 되어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의 입에서 나와서다. 바꿀 것을 말하기 전에 그것이 생긴 사정을 먼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