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가 판단을 망친다

밤 열 시, 대표실 불이 아직 켜져 있습니다. 아침 일곱 시 조찬 모임부터 시작해 거래처 미팅 세 건, 임원 회의, 결재 서류 더미를 지나 이제 마지막 안건이 남았습니다. 내년 설비 투자를 할지 말지. 서류를 넘기는 손은 느려지고, 같은 문단을 두 번째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표는 "오늘 안에 정리하자"며 펜을 듭니다.

다음 날 아침, 같은 서류를 다시 펼친 대표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어젯밤에는 왜 그렇게 확신했는지, 어떤 숫자를 놓쳤는지가 그제야 보입니다. 결정이 틀렸다기보다, 결정한 사람의 상태가 결정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피곤해진 다음에 쉬면 이미 늦다

데일카네기는 『자기관리론』에서 피로를 걱정과 함께 다룹니다. 지친 사람은 쉽게 불안해지고, 불안한 사람은 작은 일도 크게 봅니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처방은 단순합니다. 지치기 전에 쉬어라.

카네기는 심장을 예로 듭니다. 심장은 평생 쉬지 않고 일하는 것 같지만, 실은 한 번 뛰고 나서 다음 박동까지 짧게 쉬기를 되풀이합니다. 쉼이 일 사이사이에 들어 있기 때문에 오래 버틴다는 것입니다. 피로가 쌓인 뒤 한꺼번에 쉬는 것과, 쌓이기 전에 조금씩 쉬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냅니다.

쉼은 일을 다 마친 사람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일을 잘하기 위한 준비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쓴다

  • 중요한 결정은 하루 중 맑은 시간에 잡는다. 큰 안건을 일정 맨 끝에 몰아두지 않습니다. 머리가 가장 맑은 시간대를 결정용으로 비워 둡니다.
  • "오늘 안에"를 의심한다. 밤늦게 내리려는 결정이 정말 오늘 내려야 하는 것인지 먼저 묻습니다. 하룻밤 미뤄서 잃는 것이 없다면, 아침에 다시 봅니다.
  • 일정 사이에 빈칸을 넣는다. 회의와 회의 사이에 짧은 틈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걷거나 눈을 감습니다. 빈칸이 없는 일정표는 부지런함이 아니라 피로의 예약입니다.
  • 임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대표가 밤늦게까지 남아 있으면 임원도 퇴근하지 못합니다. 리더가 먼저 쉬는 모습을 보여야 조직이 지치지 않습니다.

지친 리더는 스스로 지쳤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피로는 느낌이 아니라 일정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쉬는 시간을 미리 정해 두면, 피로가 판단을 대신하는 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 줄 요약

피곤해진 뒤에 쉬지 말고, 피곤해지기 전에 쉬십시오. 맑은 머리로 내린 결정 하나가 지친 밤의 결정 열 개보다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