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만 말한다
지역 경영자 모임에서 연락이 옵니다. 다음 달 조찬회에서 '요즘 화두인 디지털 전환'에 대해 이십 분만 말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거절하기 어려워 수락하고, 주말 내내 기사와 보고서를 모아 그럴듯한 슬라이드를 만듭니다. 그런데 막상 단상에 서니 남의 문장을 옮겨 읽는 느낌이 듭니다. 질문이 하나 들어오자 말문이 막히고, 청중의 시선은 하나둘 휴대폰으로 내려갑니다.
같은 자리에서 다른 대표가 "우리 공장이 첫 거래처를 잃었던 해"를 이야기합니다. 화면도 없이 십 분. 그런데 그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휴대폰을 보지 않습니다.
말할 자격은 공부나 경험으로 얻는다
데일카네기는 말하기 훈련에서 "그 주제에 대해 말할 자격을 먼저 갖추라"고 가르칩니다. 자격은 직함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랜 경험으로 직접 겪었거나, 깊이 공부해 자기 것으로 소화했을 때 생깁니다. 그렇게 얻은 이야기를 할 때 사람은 자연스럽게 열의가 붙고, 그 열의가 청중에게 전해진다는 것이 카네기의 설명입니다.
반대로 자격 없이 말하면 아무리 매끄럽게 다듬어도 청중은 압니다. 말하는 사람이 자기 문장을 믿지 못하니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고, 예상 밖의 질문 하나에 무너집니다.
청중은 화려한 내용보다, 말하는 사람이 그 내용을 직접 살아 봤는지를 먼저 알아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쓴다
- 주제를 자기 경험 쪽으로 좁힌다. '디지털 전환'을 통째로 말하지 말고 "우리 회사가 주문 관리를 바꾸며 실패한 두 가지"로 좁힙니다. 범위가 작아질수록 말할 자격이 분명해집니다.
-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선을 긋는다. "이 부분은 제가 직접 해 보지 않아 조심스럽습니다"라는 한마디가 신뢰를 깎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머지 말에 무게를 실어 줍니다.
- 자료는 내 이야기를 받치는 데만 쓴다. 남의 보고서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입니다. 내가 겪은 장면이 먼저 나오고, 자료는 그 장면을 뒷받침할 때만 꺼냅니다.
- 자격이 없으면 사양하거나 시간을 번다. 정말 경험도 공부도 부족한 주제라면 "그 주제는 제가 적임자가 아닙니다, 대신 이 이야기라면 할 수 있습니다"라고 제안하는 편이 낫습니다.
- 사내 발표에서도 같다. 현장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숫자만 보고 내리는 지시는 직원들이 금방 압니다. 말하기 전에 직접 가서 보는 것, 그것이 리더가 말할 자격을 얻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말을 잘하는 리더는 많이 아는 리더가 아니라, 자기가 아는 범위를 정확히 아는 리더입니다. 그 범위 안에서 말할 때 짧은 이야기도 오래 남습니다.
한 줄 요약
아는 것만, 겪은 것만 말한다. 말할 자격은 직함이 아니라 공부와 경험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