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에서 이기고 사람을 잃는다
임원 회의에서 신규 사업 방향을 두고 한 본부장이 반대 의견을 냅니다. 대표님은 이 사안을 누구보다 오래 고민했습니다. 숫자도, 근거도, 반박할 논리도 다 갖고 있습니다. 20분 뒤 본부장은 더 이상 말하지 않습니다. 회의는 대표님 뜻대로 끝납니다.
그런데 다음 달, 그 사업의 실행 속도가 이상하게 느립니다. 보고는 올라오지만 열기가 없습니다. 회의실에서는 이겼는데, 현장에서는 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겨도 지는 싸움
논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지면 지는 것이고, 이겨도 지는 것이다. 논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 원칙 10
카네기가 말한 요지는 이렇습니다. 논쟁에서 상대를 꺾으면 상대는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논리로 입을 닫게 할 수는 있어도 마음을 바꾸게 할 수는 없습니다.
대표의 자리에서는 이 문제가 더 커집니다. 직급 차이가 있는 논쟁은 애초에 공정한 논쟁이 아닙니다. 본부장이 말을 멈춘 것은 설득되어서가 아니라 더 말해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다음 회의에도 이어집니다.
논쟁을 피한다는 것은 입을 다문다는 뜻이 아닙니다
원칙 10은 반대 의견을 무시하라는 말도, 무조건 양보하라는 말도 아닙니다. 결론을 내리는 방식을 바꾸라는 뜻입니다. 카네기가 제안한 방법 가운데 경영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이렇습니다.
- 반대 의견을 반깁니다. "그 부분은 제가 못 본 것일 수 있습니다." 이 한마디가 방어 태세를 내리게 합니다. 두 사람의 생각이 늘 같다면 한 사람은 필요 없는 셈입니다.
- 첫 반응을 믿지 않습니다. 반박당했을 때 가장 먼저 올라오는 감정은 방어입니다. 그 순간에 나오는 말은 대개 가장 나쁜 말입니다.
- 끝까지 듣고, 동의하는 부분부터 말합니다. "리스크를 먼저 봐야 한다는 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로 시작하면 논쟁이 검토로 바뀝니다.
- 그 자리에서 결론 내지 않습니다. "하루 생각해 보고 다시 이야기하시죠." 결론을 미루면 누구도 체면을 잃지 않고 입장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 반대해 준 것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반대 의견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이 일에 관심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 대표님의 원래 안으로 간다고 해도 결과는 다릅니다. 본부장은 "내 의견이 검토되었다"고 느낀 채로 실행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대표님의 안에 실제로 빈틈이 있었다면, 그것을 회의실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 조직이 얻습니다.
한 줄로
회의실에서 이긴 논쟁은 현장에서 대가를 치릅니다. 다음에 반대 의견이 나오면 반박하기 전에 한 문장만 먼저 말해 보십시오. "그렇게 보신 이유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