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 대신 질문으로 지시하는 법

임원 회의가 끝나고 대표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긴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 원가 절감안 만들어 오세요." 방을 나가는 사람들 표정에 이견은 없다. 일주일 뒤 올라온 문서는 형식은 완벽한데 알맹이가 없다. 이미 다 아는 항목을 표로 정리했을 뿐이다. 대표는 실행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만든 사람은 시킨 대로 했다고 생각한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지시가 질문이 아니라 명령이었기 때문에 생긴 간극이다.

명령은 답을 닫고, 질문은 답을 연다

카네기는 직접 명령하는 대신 질문으로 지시하라고 했다. 부드럽게 말하라는 예절 이야기가 아니다. 문장의 형태가 상대의 사고 범위를 정한다는 이야기다.

"원가 절감안을 만들어 오세요"라는 문장에는 답의 형식이 이미 들어 있다. 절감안이라는 문서를 만들어 오는 것이 과제가 된다. 그래서 받는 사람은 원가 구조를 다시 보는 대신 문서를 채운다. 반면 "원가에서 우리가 아직 손대지 못한 데가 어디라고 보십니까"라고 물으면 과제가 달라진다. 답을 찾는 일이 자기 일이 되고, 생각한 사람이 실행까지 책임진다.

명령이 편한 이유는 분명하다. 빠르고, 오해가 없고,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 그래서 대표일수록 명령체가 몸에 붙는다. 문제는 명령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이행까지라는 점이다. 판단과 개선은 명령으로 나오지 않는다. 시킨 만큼만 돌아오는 조직은 직원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시키는 문장이 그만큼만 요구해서 만들어진다.

명령을 받은 사람은 지시를 이행하고, 질문을 받은 사람은 문제를 가져간다.

현장에서 쓰는 법

  • 결론을 정해놓고 묻지 않는다. 답이 이미 정해진 질문은 명령보다 나쁘다. 상대가 다른 답을 냈을 때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그냥 명령으로 말하는 편이 정직하다.
  • 마감과 기준은 명확히 남긴다. 질문으로 지시한다는 것은 방법을 맡긴다는 뜻이지 기한과 조건까지 흐리라는 뜻이 아니다. "언제까지, 어느 선까지"는 대표가 정하고 "어떻게"를 묻는다.
  • 급한 일에는 쓰지 않는다. 사고 대응이나 안전처럼 즉시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명확한 명령이 옳다. 질문으로 지시하는 방식은 판단이 필요한 일에만 쓴다.
  • 답이 나오면 그 사람의 표현을 그대로 쓴다. 회의록과 실행안에 제안자의 문장이 남으면 그 안은 대표의 지시가 아니라 본인의 계획이 된다.
  • 질문을 하고 3초를 기다린다. 침묵을 못 견디고 대표가 먼저 답을 말해버리면 그 자리는 명령으로 되돌아간다. 회의에서 이 3초가 가장 어렵다.

이 방식은 시간이 더 든다. 지시 하나에 5분이 걸리던 것이 15분이 된다. 대신 되돌아오는 일이 줄어든다. 일주일 뒤에 빈 문서를 받아 다시 지시하는 시간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빠른지는 분명하다.

한 줄 요약

명령은 이행을 얻고 질문은 판단을 얻는다. 답을 알고 있어도 먼저 묻는 것, 그것이 사람을 키우는 가장 싼 방법이다.